해외 방문기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

우리나눔신문 승인 2023.02.21 11:47 의견 0

마쯔야마 공항에 도착하여 숙소로 이동하는 동안 마침 퇴근 시간과 겹쳐서 다소 막히는 상황이라 버스 안에서 마쯔야마 시내를 천천히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시내건물들은 지방도시라 보일 만큼 고층건물을 찾아보기 힘들고 4,5층 건물의 고만고만한 건물들이 좁은 2차선 도로를 따라 깨끗한 모습으로 줄지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인도며 차도는 금방 소나기가 쏟아져서 먼지와 쓰레기들을 모두 쓸어 낸 듯이 깨끗하기만 하였습니다. 그 깨끗함이 도리어 거부감이 들 정도였으며, 숙소에 도착하는 동안 쳐다보는 모든 도로가 한결같이 깨끗하였습니다. 음식과 음식점이며, 사회적기업체, 노인요양시설, 공원, 심지어 사람들의 인상들까지 그 청결함은 신호를 준수하고 경적이 없는 차량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습니다.

1인분씩 오래됨직한 식기류에 적은 양의 밥과 3~4개 반찬을 담아 내오는 전통식당의 음식 소반은 전통 그대로를 고스란히 지켜온 듯하며, 전통식당에서 고유의 전통 옷을 입고 음식을 내오는 노부인의 정성스런 음식수발, 식당이며 공공장소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 얘기는 하고 있는 걸 느낄 뿐 전혀 시끄럽지 않은 공공장소였습니다. 50평도 안돼 보이는 좁은 공간에서 커피판매점·회의장·붓글씨·종이접기·뜨개질·작품전시 등을 할아버지·할머니들이 즐기면서 교류하는 '살롱'.

어딜 가든 전통을 중시하면서 질서정연하게, 화려한 치장은 없으나 내적으로는 치밀함을 느끼게 하는 일본을 살펴보면서,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는 말을 실감하듯 일본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다가가 보니 하나하나 이해 못 할 것들도 많았습니다.

3박 4일의 짧은 일정이지만 일본 에히메현의 복지제도와 정책 그리고 복지시책의 시행 현장을 탐방하였습니다. 건물이나 장비 등 외형상으로 우리의 복지시설과 별 차이를 느끼지는 못했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내부 시스템 상으로는 우리보다 내실 있고 앞서 있다는 인식이 들게 하였습니다.

어떤 일본 에히메현 방문에서 우리위원회 위원들 전원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된 에히메현청 보건복지정책 브리핑 후 질의·답변시간에서는 도의회의 질의·답변을 방불케 하는 위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다소 당황한듯한 현청 간부공무원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만큼 위원들의 열정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현의회 의장 및 의원들과의 간담회 등으로 우리 도의화와 에히메현 의회 간 교류를 돕는 기회도 조성하였습니다.

출발 두 달 전부터 준비해온 일정이 말 그대로 현장학습의 시간이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매일 공식일정을 2~4개소씩 소화해야하는 강행군이었지만, 연수를 마친 지금은 좀 더 많은 방문과 체험을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오히려 더 클 뿐입니다.

이마바라시에 있는 아키라산업은 장애인 자립작업장으로 빠찡꼬 기계(도박용 전자 오랅기)를 수거해서 분리 작업 후 재활용 자원으로 부가가치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환한 미소와 검소한 태도로 우리를 맞이해 주신 사장이 방문객들에게 건넨 첫인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 직원들은 이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장애인들에게 매우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 좋은 일터를 주었기 때문입니다."

아키라 산업에서 장애인 채용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애인들 때문에 자신들의 일터가 생긴 것에 오히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2년 정도 직업교육을 받은 후 이곳에 와서 정식 직원으로 각자의 임무를 수행하게 되는데 일의 성격 상 비장애인 보다는 장애인들에게 더 적합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하루 종일 나사를 풀거나 같은 모양의 플라스틱이나 철판 등을 수집하는 일 등 장애인에겐 더 적합한 영역의 일이고 오락기를 해체하는 작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지방정부로부터 허가 받은 업체에서만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몇 년이 지난 뒤 이곳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이 가족으로부터 인정받고 지역에서 인정받는 훌륭한 시민으로 자립할 수 있다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자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와 배려의 마음이 더불어 사는 공동체로 나아가는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연수 마지막 날 점심식사 후 잠깐의 휴식을 위해 마쯔야마시 있는 도고 온천 주변에 있는 공원을 산책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평온한 연못에는 수줍게 핀 연꽃 무리와 비단 잉어, 자라 등을 만날 수 있었고 울창한 숲길로 조성된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니 동네 주변을 한 번에 돌아 볼 수 있도록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공원녹지과에서 일률적으로 공원관리를 하는 것에 비해 이곳은 지역의 시민단체 NPO에서 관리함으로서 특색 있는 테마로 공원을 유지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공원입구에는 공원건립 당시의 자료를 모은 사료관이 있어서 그 주변을 기웃거리자 자원봉사를 하는 안내원이 친절히 우리를 맞이해 주었고 우리가 한국에서 온 것을 알고는 한국어로 된 안내 책자를 건네주었습니다. 그 모습이 너무 친절해서 우리 일행 중 한사람이 "여기 입장료를 내는 곳이냐"고 물어봐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먼 곳에서 자신들의 문화와 역사를 경험하러 온 손님에 대한 감사와 배려가 넘쳐나는 모습이었습니다.

인구 50여만의 에이메현 마쯔야마시, 우리와 비교하면 온양온천과 같은 온천의 도시, 몇 년 전 두 번의 업무상 일본 방문은 도쿄나 나고야 등 대도시였는데 이번 보건복지공보위원회 방문도시는 일본의 중소도시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산업이 발전된 도시, 그리고 문화가 앞선 대도시에 볼 것, 배울 것이 더 많다고 막연히 생각했던 출발 전의 생각은 도착하자마자 버스 차창 밖을 바라보는 사이에 사라지고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차도가 넓지는 않았지만 깨끗해 보였고 2~3m도 안 되는 보도에는 자전거같이 이어져 있었다. 교복에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학생들이 많았는데 일본 지방도시 만의 풍경인 듯합니다. 1시간여 창밖구경과 함께 호텔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 순간 나는 잠시 당황하였다. 우리의 짐을 들어 주려는 호텔 종업원들 속에 갑자기 나이 드신 여자 어르신들이 나오는 것입니다. 괜찮다는 표현을 하였지만 한사코 짐을 들려는 것이었다. 잠깐 지나서야 이 분들의 이 호텔에서 일하는 직원들 중의 한 분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씁니다.

그리고 이 분들은 아주 능숙하게 고급 호텔 식당(홀)에서 음식 접대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아주 오래 전 이탈리아에 갔을 때 호텔에서 나이 지긋하고 흰머리의 노신사가 웨이터로서 손님들을 접대하는 멋스러운 모습도 문득 생각났습니다. 젊은 종업원들과 함께 일하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았습니다. 우리의 경우도 점차 노인들을 위한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약 23% 가까이 다다르는 일본 지방도시의 노령화의 단편을 보면 이러한 예가 우리에게 본보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친절'하면 생각나는 일본의 생활상을 눈으로 확인하는 계기도 이번에 얻은 소득 중 하나입니다. 복지시설 방문지마다 겉으로의 친절이 아닌 방문객에 대한 예의를 갖추려고, 또 자신들이 운영하고 있는 시설에 대한 자랑(?)을 위해 이동 중인 버스 안에서의 설명, 시설 내에서의 브리핑, 그리고 공항에서의 사진 전달까지, 우리와는 다른 적극성을 느끼기에 충분하였는데, 운영주체들의 인식 또한 봉사와 서비스 마인드를 느낄 수 있는 소중한 방문이었습니다.

시행은 훨씬 늦었던 우리의 복지정책과 제도가 시설이나 장비 면에서 일본과 우열을 가리기 어려울 정도라는 생각은 들지만, 오십여 년 이상 쌓아온 그들만의 노하우는, 바로 '친절 서비스' 에서 비롯된 봉사의 자세가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깨끗하고 서비스 정신이 높다는 일본에서도 한 관광지 음식점에서의 오찬 시 발견된 '음식물속에 옥에 티'는 역시 음식점 위생검사는 계속 필요하다는 인식을 들게 하였습니다.

민간시설에서의 적극적 서비스 마인드에 비해 현청이나 시청의 복지정책은 우리보다는 다양하지 않은 그리고 한정된 지원시책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장기간 지속된 일본의 경제적 불황은 아직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지 않은 듯, 자연적으로 복지건강 분야에 대한 지출도 제약을 받고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복지제도 확충이 테마로 떠오르는 우리의 현실에서 어떤 방식으로 복지제도를 효과적으로 확충할 것인지 꼼꼼히 고민해 봐야 한다는 생각도 들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인구 노령화를 대비 노인 일자리 창출은 우리가 생각하지 못했던 여러 곳에서 충분히 늘어 날 수 있다는 생각을 안고 귀국할 수 있었던, 짧지만 보람 있는 3박 4일간의 일본 연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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