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편지(한강편지)250111

강철근 승인 2025.01.13 09:03 의견 0


[나눔 타임스 주필 강철근]

나훈아도 울고 오천 관중도 울고,

나훈아 라스트 콘써트 “고마웠습니다”를 다녀와서,

2025년 1월10일. 오후5시 집을 나와 밤 11시에 귀가한 일정이었다. 올림픽공원역에 내리자마자 이미 거리 연도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있었다. 마치 매주말 광화문역 근처에서 벌어지는 보수집회의 양상이었다. 머리 희끗한 중년부부들부터 젊은 부부들이 가득 거리를 메워 올릠픽공원 k-pop공연장에 이르기까지 뜨거운 열기로 영하의 거리를 녹이고 있었다. 우리도 덩달아 마음이 바빠져 걸음이 빨라졌다. 저녁은 외식으로 간단히 때우자고 했지만, 그대로 공연장 근처의 포장마차로 직행하여 즉석 오뎅과 떡볶이를 각6천원씩 두그릇을 주문하여 거리의자에 앉았다. 약간 비쌌지만 뭐 그러려니 하고 먹는데, 맛이 의외로 훌륭했다. 이 모든 것이 공연전 식전행사로 충분한 의미가 있었다.

커피 한 잔 사들고 인파를 뚫고 공연장으로무사히 입장하니. 우리 자리는 무대 앞 6번째 최고 자리였다. 아들 녀석 부부에게 흐뭇한 고마움을 가지며 착석. 공연 삼십분전. 장내는 작은 흥분으로 시끌했고, 5천 관중이 별 무리없이 차분하게 지정된 자리로 안내되고 있었다. 하기사 공연 보름전부터 등기우편처럼 공연단 직원이 티켓을 직접 집으로 배송하여 사람 확인하고 티켓을 전달해주었다. 그러면서 신분증처럼 목에 거는 티켓인데 당일 꼭 패용하라고 부탁하였다. 이 역시 분위기 띄우는 행사의 일환.

드디어 7시반 정각 요란한 음향, 레이져, 불빛 루미네이트가 교차하는 가운데 우리의 가왕이 등장. 1967년 그가 데뷔할 때의 노래라는 소개말과 함께 너무도 정다운 “고향역”이 시작되었다. 머리 허연 장년들 포함하여 모두들 함께 떼창하고 있는 가운데, 너무도 너무도 갑작스럽게 나는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참을 수 없는 눈물이 마구 나오는 것을 어쩔 수가 없었다. 지난 50여년을 이 땅에서 함께 살아온 동시대의 인물이 50년전의 노래를 부르는데 왜 눈물이 나오는지 모를 일이었다. 집사람도 같이 울먹이며 내손을 잡았다. 그의 노래는 만감이 교차하는 감성을 불러 일으켰다. 젊은날부터 지금까지 살아온 모든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이었다. 그와 우리 시대의 백성들이 함께 해온 동시대의 감성과 정서는 각별한 것이었다. 이어서 나오는 “고장난 벽시계”의 가사 또한 각별하였다. 저 시계는 고장도 잘 나는데 우리 세월은 고장도 안 나는지…, 그렇다 우리 세월은 고장도 안 나고 줄기차게 잘만 흘러가고 있어, 우리가 끔찍하게도 70여살이 되고 있었다. 이것이 대체 무슨 일인가.

그 옛날 우리는 뭐라고 생각없이 지껄였던가. 나이 칠십먹은 저 노인네가 무슨…
아, 그랬다. 우리가 칠십 살이 되었다. 아니, 더 먹었다. 그러나 나훈아는 지금도 여전히 엄청난 정력과 목청으로 젊을 때와 똑같이 신명나게 그의 노래 일고여덟곡을 부르고 있었다. 대단하다. 계속되는 그의 열창에 젊은 우리는 계속 떼창을 하였다. 많은 할머니들은 아니 아지매들은 신나게 춤을 덩실덩실 노래에 맞춰 추었다. 모든 시름을 잊고 청춘이 되어 있었다. 나훈아는 중간중간에 그의 팬클럽 회원 아지매들을 소개하며 전국을 자신과 함께 다닌 노고를 칭찬하였다. 그리고 꽃다발 세례가 이어지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분위기는 일신되고, 그의 멘트가 시작되었다. 언론에 논란이 되는 그 부분이었다. 아슬아슬 피해가더니, “요즘 저어기에서 생지랄들하는 친구들 단 한 번만이라도 국민들 생각좀 하고 있능교? 왼쪽이 오른쪽보고 쌩난리 치고 있는데, 그럼 너덜은 잘했나? 아이고! 내사 모르겄다” “지금 국회에서는 그런 지랄들보다 갱제가 얼마나 중요한교? 글고 아덜이 아를 안 나는기 얼매나 무서운 일인교? 그런거는 조금도 신경 안쓰고 엉뚱한 거에 대해서만 생지랄들하고 있으니 나라꼴이 이게 뭔교?” 하여간에 그러니 우리라도 아를 맹길어야 하지 않겠능교? 인도에서는 일훈살 묵은 아지매가 아를 났다고 안하능교?” 아직 안늦어었으니 지금이라도 아좀 맹깁시더“ 오천 관중이 박장대소. 그러면서 ”청춘을 돌려다오“ 노래. 그리고 떼창.

그리고 ”테스형“노래. 정말 묻고 싶다 테스형. 세상이 와이래. 그의 외침인지 구호인지 노래는 계속되었다. 그러다가 약 오년전 부산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어느 머리 허연 백발 할매가 자신에게 ”오빠야“하고 부르는 순간 아, 저 아지매가 나보고 오빠라고? 하며 크게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은 느낌을 받고서 나도 이제 할배가 되었고나! 이제 정말 은퇴할 결심을 해야겠구나 하고 느꼈다 했다. 설마설마 했는데, 조마조마 했는데, 오늘이 정말 왔다고도 했다. 그는 그러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나역시 그랬다. 오늘의 나와 나라의 현실, 이 모든 것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그 옛날 선배들의 독립투쟁 정신이 아마 이랬을까? 그 옛날 학창시절의 학생운동 당시의 모습도 떠올랐다. 저네들도 한 때는 나와 같이 뛰었던 동지들이었는데, 왜 이렇게 변질되었을까?

나훈아의 노래와 멘트는 계속되었다. 감자기 암전이 되면서 올드랭사인이 나왔다. 그는 정말 은퇴를 결심한 거 같았다. 대중과 헤어질 결심을 한 거 같았다. 그러면서 마지막 부탁을 했다. 댁에 돌아가시거들랑 부디 꼭 부모님께 나훈아티켓을 구해드리려고 컴퓨터에 앉아 광클릭을 하여 티켓을 구한(사실 2,3분이면 순식간에 매진됨) 장한 아들딸들 며느리에게 이 나훈아가 감사하더랜다고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계속 울었다. 나도 그랬다. 이렇게 그의 라스트 콘써트는 끝이 났고 모두가 눈물바다가 되어 자리에서 일어났다.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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