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벌의 사색

우리나눔신문 승인 2023.02.06 09:54 의견 0

남들은 저를 멋쟁이로 알고 있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습니다. 정성껏 꾸미고자하는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그에 대비되는 옷의 양은 남들에 비교할라치면 한없이 초라한 편입니다.

저는 특히 추운 겨울이면 상의로는 목까지 덮이는 폴라티를 즐겨 입습니다. 평소 검소하기 때문에 단벌로도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않기도 하지만, 폴라티를 입으면 목도리를 하지 않아도 어찌나 따뜻한지 밥을 조금만 먹어도 뱃속이 따뜻하게 보온이 되는 것처럼 포만감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저와 자주 만나는 분들이라면 누구든 아주 잘 아실 겁니다. 이 신현석의 얼굴보다도 낯익은 것이 바로 갈색의 폴라티라는 것을 말입니다.

물론 공식석상을 위해서 몇 벌의 양복이 있고, 편한 활동을 위한 옷도 한두벌 있지만 겨울이면 즐겨 입는 것은 이 단벌의 폴라티입니다. 저 같은 사람이야 그래도 다른 분드렝 비하면 형편이 조금 나은 편이지요. 주위를 둘러보면 요즘 같은 추운 겨울에 이런 폴라티 하나 장만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 점만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지는 것만 같습니다.

그리고 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의 모습은, 도를 지나칠 만큼 옷을 껴입고 뒤뚱거리는 사람들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한쪽은 겹겹이 옷을 껴입고 펭귄처럼 뒤뚱거리면서도 춥다고 고개를 수그린 채 빠른 걸음으로 지나가고, 또 다른 한쪽은 말 그래도 얇은 옷만 걸치고 폐지를 줍기 위해 고개를 수그리고 다닙니다. 참으로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저는 옷깃을 단단히 여밉니다. 지금 이 순간 추위에 떨고 있는 사람들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크기 때문이고, 과일행상의 과일을 매일 같이 사줄 수 없어 미안한 마음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모든 진지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삶에 동참하기 위해 저는 오늘도 여전히 폴라티를 고집합니다.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동행하는 삶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는 끝까지 노력할 것입니다. 추위에 벌벌 떠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사라지는 그날까지, 모든 사람들이 겨울에도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그날까지 빈부의 양극화를 어떻게든 줄여나가기 위해, 저는 복지정책분야에도 크게 힘쓸 것입니다. 그런 다짐이 크게 듭니다. 꼭 그런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폴라티로 덮은 제 어깨가 무겁습니다. 그러나 실로 따뜻합니다. 옷이 따뜻하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제 어깨에 손을 올린 많은 국민들의 기대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의 격려라는 따뜻한 손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번 겨울도 단벌인 폴라티로 나려고 합니다. 포만감과도 같은 따뜻함이 제 몸 곳곳에 묻어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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