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준 우리나눔 고문]

오월,
붉은 작약의 미소가
창밖으로 언뜻 보인다
푸른 남쪽바다의 잔잔한 물결은 늘 마음을 평온하게 어루만져 줍니다.

그 곁, 짙붉은 꽃잎을 겹겹이 펼친 작약들이 화사하게 피어났습니다.

커다랗고 탐스러운 꽃송이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문득 돌아가신 어머니의 온화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해마다 오월이면 어김없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활짝 핀 작약을 보러 가시던 어머니의 모습은 제 기억 속에 한 폭의 아름다운 수채화처럼 남아있습니다.

그때는 그저 예쁜 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칠십을 넘긴 지금에야 어머니께서 그토록 작약을 좋아하셨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소박하고 애잔한 아름다움을 지닌 할미꽃과는 달리, 작약은 그 화려함 속에 숨겨진 넉넉함과 품격이 느껴지는 꽃입니다.

짙은 붉은색의 강렬함, 풍성하게 겹쳐진 꽃잎의 우아함은 마치 한 편의 섬세한 예술 작품을 보는 듯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어머니께서는 깊은 아름다움 속에서 어떤 위안과 기쁨을 느끼셨을까요.

청초한 보랏빛 붓꽃을 좋아했던 누이와 함께,

어머니는 논밭의 보리가 풍요롭게 익어가는 오월을 기다리셨습니다.

아마도 자연의 생명력이 충만하게 느껴지는 그 계절의 활기 속에서, 어머니는 삶의 아름다움을 발견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붉게 피어난 작약 한 송이 한 송이를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그 풍성하고 화려한 모습에서 어머니의 따뜻하고 넉넉했던 마음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제 나이 즈음 되니, 굳이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셔도 그 깊은 속마음을 어렴풋이 알 것 같습니다.

오월, 붉은 작약은 제게 단순한 꽃 이상의 의미로 다가옵니다.

어머니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그 시절의 따스했던 느낌이 다시 떠오릅니다.

활짝 핀 작약의 미소 속에서, 어머니의 변함없는 사랑을 다시 한번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