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근 나눔타임즈 주필]
일본의 잃어버린 40년 제2부
미국이 드디어 나서다
그러다가 미국과 일본의 무역역조와 막대한 재정적자를 견딜 수 없던 미국의 결단이 수 차례의 경고 끝에 드디어 내려졌다. 그것은 미국이 강권발동으로 일본을 끌어들여 체결한 1985년의 “플라자 협정”으로, 1달러당 250엔 하던 환율을 120엔으로 강력하게 절상하는 환율조정협정이다. 이것이 엔다까(엔고)쇼크다. 유례없는 급격한 엔고정책으로 일본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일본에서 유학하거나 달러로 지급받는 외국기업 직원이나 주일미군들은 비명을 질러댔다. 유수한 일본기업들은 견디지 못하고 해외로 빠져나가기 시적했다. 거기에 설상가상으로 다음 해인 1986년에는 미일 반도체협정까지 체결되어 일본의 반도체 가격이 대폭상승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어쩔 수 없이 고품질 고가 반도체 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본 전통의 장인정신으로 이룩한 빛나는 소부장 즉 소재 부품 장비 가격도 덩달아 뛰었다. 아무도 이때부터 시작된 일본의 종양을 인식하지 못했다. 다만 싼 값에 사들인 넘쳐나는 달러를 주체하지 못했다.
금융실명제와 부동산 실명제가 없는 나라
일본은 무역흑자와 엔고로 벌어들인 넘쳐나는 돈을 주체할 수 없게되어 낮은 이자와 싼 값으로 기업과 개인에 무제한 대출로 퍼주었다. 모두가 부동산에 뛰어들어 부동산에 투자하였다. 부동산 가격은 즉시 두 배 세 배로 상승하여 동경의 집값은 미쳐 날뛰었다. 10배 이상 상승한 지역이 부지기수였다. 집 없는 서민들은 점차 자민당 정부에 대하여 커다란 반감을 갖게 되었다. 전후부터 지금까지 그토록 열심히 지지해준 자민당 일 당이 이렇게 서민들을 배신할 수 있는냐고 노골적으로 반기를 들었다. 소위 55년체제로 지속적으로 일본을 지배하던 자민당은 드디어 정권을 내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파다하였다.
일본은 자민당과 경제계의 장기간의 정경유착체제로 금융실명제나 부동산 실명제가 지금까지 없다. 앞으로도 없을 것이다. 정치권이나 경제계가 절대로 이를 용납하지 않는다. 간혹 언론이나 야당에서 과감하게 문제제기하여도 미동도 하지 않는다. 과거 70년대 막강한 다나까 총리 시절 이에 도전했던 젊은 가자의 무용담은 소설 속의 이야기로 끝나고 말았다. 일본에 한국식의 경제정의라는 개념은 없다. 이것은 본질적으로 일본의 친 아나로그 반 디지털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일본의 버블경제가 꺼지다
90년대에 접어들면서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이 시작되었다. 일본정부는 90년대에 진입하자마자 과열된 경기를 식히기 위해 급격한 금리인상과 부동산 대출규제를 단행한다. 그것은 어제까지 기준금리가 2.5%이던 것을 90년에 이르러 6%로 대폭 인상했고, 부동산 대출규제로 신규대출 전면금지와 총량규제로 대출한도를 200%에서 70%로 제한했다. 주식시장은 급격하게 폭락하고 부동산 시장은 얼어붙었다. 거기에 일본의 만연된 고령화와 아시아의 금융위기, 대기업의 해외이탈 등으로 일본의 성장신화는 깨지기 시작했다. 조용히 자라던 종양덩어리가 암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90년대 후반기부터 일본은 초유의 마이너스 성장으로 진입하였고, 기업들은 줄줄이 도산하였다. 98년 최대 증권사인 야마이치 증권과 최대 지방은행 홋카이도 은행과 일본장기신용은행의 눈물의 파산선고는 유명하였다.
잃어버린 20년과 한국 삼성신화의 등장
그리고 쓰나미 충격
90년대 초부터 인터넷이 확산되고 개인 PC가 양산되면서 한국의 삼성이 새로운 컴퓨터 부품의 반도체를 값싸고 대량으로 양산하며 치고 나왔다. 90년대는 일약 한국 삼성의 신화가 시작되어 삼성의 시대가 도래하였다. 그 신화의 의미는 일본의 소니 마츠시타 내셔널 등 전설적 빅테크 10대 전기전자 업체 매출액을 다 합쳐도 삼성 1개 기업에 미치지 못하게끔 되었다. 일본의 언론은 연일 삼성 관련 기사로 도배하기 시작했다. 삼성의 브랜드 파워는 코리아 브랜드보다 더 크고 의미있었다. 동시에 일본의 길고 긴 잃어버린 20년이 지속되었다.
2011년 3월 인류의 대재앙으로 불리는 진도 9.0의 도호쿠 대지진 쓰나미로 동경 북동쪽 도호쿠 지방은 괴멸되고 2만5천여 명이 순식간에 휩쓸려 갔고, 그위에 후쿠시마 원전유출 사고가 뒤딸았다. 실로 망연자실의 엄청난 사고의 연속이었다. 세계는 경악했고 일본은 큰 충격으로 넘어졌다. 일본이 드디어 망했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다. 오랜만에 정권교체를 이룩한 민주당 정부는 재난 대비 위기관리 불능 등 3년 만에 무능함을 노출하면서 다시 자민당의 아베정권으로 교체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