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근 나눔타임즈 주필]

일본의 잃어버린 40년 제1부

황혼의 사무라이

일본의 잃어버린 40년이란 지금까지 흔히 말하는 일본의 잃어버린 30년과 앞으로의 불투면한 미래를 말함이다. 지난 30년간 일본이 걸어온 길은 일본의 장단점이 극명하게 들어나서 일본사회를 점철한 철학과 정책이 지배한 것이다. 그것은 너무도 강력하여 한국을 위시한 세계의 여러나라가 일본을 바라보는 관점이 되어버렸다. 일단의 사람들은 한국도 일본이 걸어온 길을 같이 걸어갈 겄이라고 오해할 정도였다. 그길은 어떤 것이었을까? 2000년 초에 나와 일본사회를 열광케한 영화 “황혼의 사무라이”가 바로 그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일본의 작은 지방의 하급무사가 지키는 가난한 가족과 시무라이의 자존심 그리고 폭풍우처런 밀려오는 메이지 신 정부의 근대화의 물결 속에서 갈피를 못잡고 결국 신무기의 위력 앞에서 장렬하게 산화하고 마는 운명. 그들은 그 영화에서 그들의 운명을 직감한 것은 아닐까? 당시 그 영화는 일본 영화계뿐만 아니라 일본사회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고, 모든 상을 휩쓸었다. 지금 일본은 그렇게 산화하고 있는 중이다.

Japan as Number 1

패전국 일본은 미국 매카더 군정 앞에서 강제로 근대화의 길을 걸었고 모든 구습을 버리도록 종용당했다. 한국전의 발발과 이로 인한 미국의 일본의 전시 군수품 제조공장으로의 배치 정책으로 일본은 실로 비약적으로 성장하여 전전 못지 않은 모습으로 발전했다. 80년대에 이르러서는 자유우방의 명실공히 G2로 성장했다. 그렇게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에서 소련과 중국에 대한 막강한 견제세력으로 존재케 하였다. 미국의 모든 기술도 무제한 이전시켰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미국에 대한 무역역조는 상상을 초월 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전된 기술은 오히려 미국을 압도하였다. 당시의 에피소드로 미국 내 곳곳에서 미국의 노동자들이 일본제 토요타 자동차나 소니 TV를 해머로 때려부시는 퍼폼먼스를 하는 장면이 언론에 크게 부각되었다.
80년대 중반 나카소네 총리 시절에는 미국의 레이건과 영국의 대처 총리와 함께 자본주의 세계의 3두마차로 세계를 이끌게 되었다. 이때 나온 말이 “재팬 넘버 원”으로 모든 면에서 서방을 앞섰고, 일본을 팔면 미국 열 개를 살 수 있다고 기염을 토했다.
일본 기업의 시가총액은 세계 1위로서 2위 미국을 크게 앞질렀다. 전 세계 시가총액 순위 1위에서 5위까지 2위 IBM만 빼고 모두 일본 기업이 차지했으며, 동시에 시가총액 1위에서 20위까지 일본기업이 14개를 차지했다. NTT, 토요타, 마츠시타, 노무라 증권, 스미토모은행, 미츠비시, 히타치 등등 기라성 같은 일본기업들이 이름을 떨쳤다. 모두가 충격 속에서 일본의 행보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아키하바라의 소니 워크맨과 코끼리표 전기밥솥의 추억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까지 기억하는 것은 동경 우에노 옆에 자리한 일본의 전자상가 ‘아키하바라’와 거기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니 워크맨’과 ‘코끼리표 전기밥솥’은 세계인들이 애호하는 상품이었다. 거기에는 세계의 모든 젊은 아빠들의 애틋한 욕망이 숨어 있었다. 그것은 일본이나 해외 출장 시에 그들의 자녀나 부인을 위해서 꼭 선물로 사가야 했으며, 주변의 이웃들에게 자랑해야하는 하는 품목이었다. 엄마들은 밥솥계를 해서 단체로 일본여행가서 꼭 몇개씩 사가야 했다. 심지어 20세기 최고 감독 왕가위 감독의 페이소스 가득한 로맨스 영화 “화양연화”에서까지도 여신 장만옥이 일본에 출장가는 회사사장에게 전기밥솥 사다달라고 부탁하는 장면이 여러 번 나온다.

당시 아키하바라는 실로 꿈의 천국이었다. 세상의 모든 최신 전자전기 제품이 즐비하였고, 파소콤(퍼스널 컴퓨터), 청소기, 미니 오디오 등 헤아릴 수 없는 상품이 없는 게 없었다. 특히 한국인들은 그곳에서 쇼핑하고 나오는 길에 그 옆에 자리한 우에노의 한국인 거리의 한국음식점에 가서 한국음식 먹는 게 필수코스였다. 음식점의 재일동포 아줌마 사장님들은 꼭 묻는다. “뭘샀수? 워크맨? 밥솥? 물어보나마나지만…”

그때 한국이나 미국 등 세계각국은 아니 일본사회조차도 이러한 일본을 위태위태 우려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정말 이래도 될까? 모든 것을 마구 먹어치우는 포식사회, 모든 시장을 송두리채 침범하는 일본을 마치 이솦 우화의 개구리처럼 언제 터질지 조심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