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근 나눔타임스 주필]
반 세기 전의 베트콩 구정대공세
그 옛날 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8년 1월30일 구정 설날 저녁, 미국VS 월맹 전쟁 휴전을 깨고 모두가 설날 전야를 만끽하던 양측 하늘을 뚫고 월맹의 대대적인 공습이 실시됐다. 이름하여 베트남 전쟁의 분수령이 되었던 베트콩의 구정대공세. 베트남 전역 100여 군데에 호치민이 지휘하는 20만 이상의 베트콩이 미군이 점령하던 전역을 공격했다. 이 작전으로 월맹군은 무려 4만5천여명이 죽었고, 전투는 미군의 막강한 화력에 베트콩의 처참한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전투에는 대패했지만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에는 반전 분위기가 휩쓸었고 여론은 급속하게 월맹 쪽으로 기울었다. 이후 전쟁 양상은 월맹의 파죽지세의 승리. 전투에서는 졌지만 전쟁에서는 이긴 것이었다. 오늘도 호치민 시에 있는 전쟁기념관에 가보면 당시의 처참한 전투의 잔해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아, 베트남.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과 미국 증시의 붕괴
반세기가 지난 2025년 구정 설날 전야인 1월28일 미국 증시에는 베트남 전쟁을 연상케하는 구정대공세가 펼쳐지고 있었다. 그것은 수십 만의 대군이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던 중국의 작은 스타트업 기업의 젊은 친구들 몇 명에 의해서 이루어진 것으로, 미국 증시는 하루아침에 초토화됐다. 전 세계는 그저 아연실색.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kSeek, 深度求索)가 엄청난 저비용으로 고성능 AI 모델을 선보여 전 세계적인 충격파를 던진 가운데, 미국 증시의 불패신화의 주역이며, 미국뿐 아니라 세계 증시 시가총액 순위 1위 엔비디아(NVIDIA)가 무너졌다. 현지 시간 1월27일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NVIDIA)주가는 전장보다 17% 가까이 폭락하며 118.42달러에 마감했다. 시가총액은 2조 9천억 달러로, 3조 달러 아래로 떨어지면서 시총 순위 3위로 주저앉았다. 무려 846조6천억 원이 증발한 것인데, 뉴욕 증시에서 역대 단일 기업으로는 최대 시총 감소분이다.
미국 주식시장을 이끄는 영원한 불패신화의 주역들인 반도체 4대천황 구글, 엔비디어(NVIDIA), 애플, MS(Microsoft)에도 비상이 걸렸다. ‘위대한 미국’을 부르짖던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식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에 오물을 뿌린 것이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물론 미국 증시는 다시 전날의 지난 27일 17% 폭락에 이어 다음 날에는 9% 반등하고 또 다음날에는 다시 5% 하락하는 등 휘청대는 모습이다.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초대형 기술기반기업)보다 엄청나게 적은 개발비로 그에 필적하는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은 딥시크의 최신 AI모델 딥시크-V3의 경우, 딥시크 창업자 량원펑(梁文鋒)을 비롯한 중국인 연구자·엔지니어 150명과 데이터 자동화 연구팀 31명이 개발을 이끌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롄서는 "딥시크의 연구·개발(R&D) 인력이 139명에 불과하며 챗GPT 개발사 오픈AI에 연구원만 1200명이 있는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더욱 놀랄 일은 딥시크의 연구인력들은 대부분 해외 유학 경험 없이 중국 명문대를 졸업했거나 석·박사 과정 중에 있으며, 경력도 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연령대도 20∼30대 초반으로 젊고, 팀리더급도 대부분 35세 미만이다. 한 마디로 이건 뭐 개구리도 아닌 올챙이 몇 마리가 거대 공룡을 잡은 것이다.
딥시크의 량원펑과 엔비디아의 젠슨 황
이제 관심사는 거대공룡과 개구리의 맞대결 즉 엔비디아의 수장 젠슨 황과 일개 스타트업 기업 딥시크의 향후 대결 모습과 이 모든 상황을 초조하게 지켜보며 무언가 결단을 내릴 트럼프 정부의 대처 방식이다. 이러한 전쟁 상황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올해는 잠시도 한가한 날이 없을 것 같다. 이름 붙이자면 “엔비디아와 딥시크의 정치경제학”, 다시 말해 최첨단 AI를 들러싼 미중패권전쟁의 서막이다.
중국 스타트업 기업 딥시크(DeepSeek)의 저비용 생성식 인공지능(AI) 모델이 세계 AI 시장을 강타한 가운데 창업자 량원펑(梁文鋒·40)은 중국 내에서 단숨에 스타로 떠올랐다. 량원펑은 1985년 광둥성에서 태어난 중국 국내파 AI 전문가다. 수학 천재로 불린 그는 2002년 대입고사 수석으로 저장대 전자정보공학 전공에 합격했다. 그의 한 고교 동창은 “완전한 자수성가형”이라며 “매우 겸손하고 순박하며 선량한 기부 천사”라고 소개했다. 량원펑은 딥시크 개발자 대부분이 대졸 신입이거나 AI 업계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았으며, "우리의 핵심 기술적 역할은 대부분 신입사원이나 경력이 1∼2년 정도인 사람으로 채워져 있다"고 밝혔다.
해외 유학이나 글로벌 업체 근무 경험이 없는 그는 대학 시절 이공계 출신이면서 금융에 흥미를 갖고 투자사를 창업했다. 2013년 항저우에서 야코비투자관리 유한회사를 창업했고, 2년 뒤에는 하이플라이어(High-Flyer, 중국명 환팡(幻方))를 만들어 수학과 인공지능을 이용한 퀀트 투자에 나섰다. 2021년 최대 1000억 위안(약 20조원)까지 자산을 불렸다. 최근에는 샤오미 창업자인 레이쥔(雷軍)이 딥시크의 95년생 여성 개발자 뤄푸리(羅福莉)를 수십 억원대 연봉으로 스카우트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제 젊은 중국 스타트업 기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불붙은 미중 AI패권경쟁은 점점 확전일로에 있으며, 이뿐만 아니라 양자 컴퓨터, 반도체, 전기자동차, 항공기 등 모든 첨단산업분야에서 부딪치고 있다. 그러나 미중 양국의 산업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맞물려 있어서 따로 떼어서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미국이 중국을 때리면 때릴수록 중국만 더 좋아진디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 예로 틱톡(tictalk)에 대해서 바이든 정부가 무조건 전면철수하라는 명령에 죽어나간 것은 오히려 미국의 수많은 젊은 투자자들이어서, 결국 트럼프가 취임하자마자 취임사에서 이를 조정해 50대 50으로 하자고 양보했다. 이제 딥시크와 엔비디어를 위시한 글로벌 빅테크들 간의 패권경쟁이 인류의 번영과 발전에 어떻게 기여할지 지켜보기로 한다(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