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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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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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 타임스 주필 강철근]
사회통합의 길
1 영국에 대한 오마쥬
북풍 한서리가 날리는 이 추운 겨울날, 몸도 마음도 추운 이즈음 영국을 생각한다. 그 음산하고 어둡고 칙칙한 오후 서너시면 세상이 온통 캄캄해지는 겨울날의 영국을 생각한다. 오래전 회의차 스코트랜드 에딘버러 대학을 방문했다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옥스브릿지도 아닌 일개 지방대학 정문에 붙여진 유명 졸업생 명단이 수십여개 붙어있는데, 그 이름들이 가히 놀랄 지경이였다. 제임스 와트, 아담스미스. 그리고 역대 노벨상 수상자들의 이름들이 빽빽히 붙어있었다. 거기에 에딘버러 축제의 엄청난 규모와 참가자들….
제2차세계대전의 국민적 영웅 윈스턴 처칠은 전쟁이 끝난 후 1945년 5월8일 전승기념일에 치뤄진 총선에서 너무도 느긋하게 그 결과를 기다리고 있었다. 국민적 환호와 모든 언론의 압승 예상 등등 속에서 처칠은 역사에 길이 남을 취임연설을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러나 결과는 선거 패배, 그것도 역사에 남을 대참패.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보수 집권여당의 세계대전 승리의 감동이 국민들에게 벌써 사라진 것일까? 아니면 무슨 조화가 일어난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처칠의 보수여당은 전쟁 승리의 감정에 도취되어 있었고, 노동당의 애틀리는 현명하게 국민의 마음을 읽었다. 겸손하게 자세 취하며 국민속으로 들어갔다. 결정적으로 저 유명한 ”요람에서 무덤까지“로 대변되는 사회복지정책 <베버리지 보고서>를 당론으로 채택하여, 노동당의 정강정책으로 삼았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극민들의 마음은 자유와 민주라는 커다란 대의명분보다 민생안전이라는 실리정책을 선호하게 되었다. 베버리지 보고서의 대강은 석탄 철도 자동차 같은 기간산업의 국유화를 통한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30년대 대공황 시대의 미국에서 시도한 ”뉴딜 정책“ 같은 ‘새로운 계약(뉴딜)’을 통한 사용자와 노동자 간의 상호평등의 고용계약의 추구, 시회적 약자에 대한 국가의 사회보장정책 그리고 여성들의 사회참여 확대정책 등 대대적인 사회복지정책을 제안하는 내용이었다. 아울러 영국 최초로 다민족 다인종 정책의 새로운 이민정책을 강력히 주장하였다. (그 결과물이 닉시 수넥이라는 인도 이만 가정 출신의 수상까지 배출한 것이었다.) 그야말로 중산층과 노동자 중심의 사회복지국가 새 영국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애틀리는 베버리지 보고서를 그대로 받아들였고 선거에서 승리하였다.
영국민들은 애틀리의 노동당을 선택했다. 애틀리는 베버리지를 새 정부의 장관급 사회복지위원장으로 임명하여 그의 정책을 그대로 수용하여 영국을 바꿔나갔다. 이후 애틀리 정부는 5년간 영국을 통치하였고,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정부로 평가받았다. 물론 인류의 역사는 정반합의 순리대로 또 다시 30년이 지난 80년대에 이르러 애틀리의 사회정책은 마가렛 대처의 보수당 정부로부터 ‘영국병’으로 규탄받아 만연된 노동자들의 파업과 기간산업 국유화에 따른 저조한 생산성과 효율성 문제로 영국은 다시 커다란 변화를 겪게 되었다.
대처 수상의 대처리즘은 80년대 동시대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 그리고 일본의 나카소네 정부와 함께 삼각편대를 형성하여 ”신자유주의“의 신조류를 형성하여 세상의 변화를 이루어나갔다. 신자유주의는 필자가 여러 차례 강조한 바와 같이 자유시장경제, 민영화, 규제완화, 정부지출(간섭)최소화 등을 내용으로 하는 사회경제 이데올로기다. 우리나라도 지난 8-90년대 모든 정부가 강력하게 채택한 정책이었다. 대처는 옥스퍼드 재학 시부터 신자유주의의 창시자인 하이에크 경제학에 심취되어 그가 정치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강력히 주장하여 영국의 고질병이라는 국유화에 따른 문제를 고쳐나갔고, 특히 가장 막강하였던 석탄노조의 장기파업과의 1년여의 투쟁에서 승리하였다. 당시의 투쟁은 유명하여 수많은 영화 드라마에서 극화된 바 있다. 영화 ”빌리 엘리엇“에서 다룬 아버지의 석탄노조 파업과 아들의 로얄발레는 감동적이었다.
그리고 90년대 후반기 다시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의 등장 또한 드라마틱한 것이었다. 그는 애틀리가 그랬던 것처럼 ”기든스의 제3의 길“을 들고 나왔다. 제3의 길은 제1의 길이 사회민주주의, 제2의 길이 신자유주의라는 전후의 정치 이데올로기 다음으로 제시된 새로운 이념으로서 좌와 우를 통합하는 혹은 그 중간의 길이라는 중도 노선 이데올로기로서 양극은 위험하다는 선언이었다. 미국의 빌 클린턴과 오바마 정부와 함께 채택한 정책이며, 현재까지도 여전히 유효한 정치이념이다. 이는 한미디로 사회주의의 경직성과 신자유주의의 불평등을 극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국은 전후 사회민주주의적 정치체제로부터 신자유주의적 정치체제 그리고 그 중간지대인 제3의길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정치문화에 지대한 역할을 해왔다. 영국의 정치적 선택이 우리에게 던져준 의미와 파급효과는 지대하다. 필자는 그것을 해부하여 하나의 정치문화유산이 아니라 실제적인 우리의 지상과제인 사회통합의 길을 찾고자한다. 한꺼번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였지만, 차차 하나하나 풀어나갈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우리처럼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제3의 길이 주는 다이나미즘이 어떻게 하나의 길로 다져질 것인가하는 것이다.to be 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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