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함께 사는 길은

우리나눔신문 승인 2023.02.06 13:33 의견 0

문산, 재래시장 노숙자

-신현석-

재래시장 노점상들이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길가 지붕에서부터 내려진 빨간 비닐포장도
모두 문을 닫아걸었다

꾸질꾸질 냄새나는 쓰레기 모아 둔
재래시장 한 구석 켠
빛바랜 전구 아래
서럽디 서러운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림자 입으로 순대 한 입 들어가는데
그만 뜨악, 그람자의 목구멍을 막는 것이 있었다

목구멍으로 넘어가진 씹혀진
순대 덩어리는 결속력으로 더욱 굳어져
숨이 막힌 채 그 덩어리 덩어리를
삼켜야 하는데

그 덩어리는 무엇일까?
문산, 재래시장 한 구석 켠
노숙자의 슬픔 덩어리였다.

저는 시를 쓰는 순간만큼은 시인입니다. 세상을 시인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것을 시인의 언어로 풀어냅니다. 시인은 아주 미세한 숨결까지도 포착해내는 시야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표현합니다. 시인은 언어를 괜찮은 미사여구로 치장하지 않습니다. 단지 언어 그 자체만으로 독자에게 여러 가지 정서와 감정을 불러일으킵니다. 이 시는 제가 직접 눈으로 포착하고, 얼어붙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따뜻한 숨결을 내어보자는 의미에서 쓴 것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재래시장은 그 모습이 모두 비슷합니다. 물론 판매되는 세세한 품목들이야 어느 정도 변화했지만, 거시적으로 보면 대개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큰 지하철역에서 더 많이 볼 수 있는 노숙자들의 모습이 제가 어렸을 때에는 재래시장 구석진 곳곳에 있었습니다. 지금보다 더 가난했던 시절임을 이미 알고 있습니다. 저는 유독 집이 없고, 제 한 몸 쉴 곳이 없는 사람들에 대한 연민이 큰 것만 같습니다. 물론 그들에겐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은 가난이겠지요.

이랜드로 출근을 하던 때였습니다. 지금도 종종 지하철을 타기는 하지만 그때는 매일 같이 지하철을 타고 다녔습니다. 저는 지하철 좌석에서 잠이 든 꾀죄죄한 노숙자의 주위로 사람들이 앉지 않는다는 사실을 항상 당연하게 받아들이고는 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에게는 사람으로서는 받아들이기가 힘든 이상한 냄새가 났고, 옷에는 허연 가루가 흩뿌려져 있고, 목둘레는 땟자국들로 꾀죄죄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물론 일부러 피한 것도 아니지만, 사실 가까이 하지도 않았습니다. 중학생 때의 노숙자 할아버지에 대한 미안함이 삶에 한 전환점이 된 것이 사실이지만, 물질적인 호의 그 이상의 것은 생각할 줄 몰랐습니다. 아직은 '그들을 안아줄 정도의 사람이 되지는 않았구나'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저들에겐 잠을 잘 때만큼은 조용히 해주고, 깨어있을 때만큼은 관심을 가져주며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도리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사실 다 함께 사는 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는 것인지 잘 알지 못합니다. 다만 이것만은 확신할 수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사는 일은, 우리가 다 함께 살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사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사는 것이 우리 모두가 다 함께 사는 길임을 확신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우리는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뒤쳐진 이웃을 기다려주고, 또 한편으론 스스로가 남을 도울 수 있는 이웃이 될 것입니다. 물론 시인의 눈으로 세상 곳곳을 살펴보아야 하겠지요.

그렇게 내가 먼저 세상에 눈을 두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사람이 되자!

저는 오늘도 이런 삶을 살아가길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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