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에 직접 쓴 수필을 한편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인의 한 편의 시를 완성하기까지는 소재의 선택에서부터 사물의 인식능력 등 다양한 독자정 상상력에 의해서 많은 시적 변용을 수반합니다. 우리들은 그 변용된 세계에서는 느껴지는 사면적 변화에 대해 매우 유동적이고 가변적일 수 있습니다. 이는 시인이 일상으로 대하는 어떤 감각적 작용의 힘이 발휘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 시적 감각화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 독자의 감성에 감동을 줄만한 공감을 얻는다는 것은 심오한 고뇌와 고통을 수반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러한 고통 속에서 쓰여 진 시가 우리에게 편안히 읽히는 것은 분명 시인의 시적 능력입니다. 특히 대수롭지 않은 낯익은 풍경 속에서 새로운 것을 뽑아 애정과 향수가 깃든 진실한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할 때 우리는 더 이상 무슨 문학이론이 필요할까요?

시가 철학이어야 하고 문학이론에 부합되어야 훌륭한 시라고 평가하는 이 땅의 시적 논리는 이제 버려야 할 유산입니다. 이제 이 시대는 시는 시 자체로서 존재의 이유가 있습니다. 오직 시속에 담겨진 위대한 진실성, 감동성만이 우리에게 삶의 위안과 힘이 됩니다. 오늘의 문단 현실은 어떤 관념 속에 좌우되는 문학적 평가에 의해 상이 주어지는 권위지배적 논리만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삶의 진실한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는 삶에 대한 애정과 진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시인에게 삶 자체가 그리움의 근거이고, 그리움은 생명의 애정이며, 그 애정은 아름다움으로 되살아나고 그 속에는 진실이 자리하는 것입니다.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시인이란 고향에 대한 향수를 지니고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삶의 애정과 진실 또한 순수성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부단히 연마하고 도야하는 고통 속에서 쓰여 진 진실성만을 찾아야 합니다. 물론 이때 시적 미숙성은 문제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영원히 산다는 그 고통을 맛보기 위해 시를 쓰고 시를 씀으로써 생명이 언제나 신선하게 불타오르고, 그 불꽃의 온도가 높아 파란 불빛으로 변하면 그 빛의 가치가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창호지마다 찬바람 스치는 겨울, 가난한 낯빛으로 세월을 엮어가는 우리의 숨결이 바로 시인의 향기가 아닐까요? 시인의 삶은 저마다 한 편의 문학 작품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합니다. 때로는 슬퍼서 혼자 울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무척이나 친구가 그리워서 한숨짓기도 하며 하루하루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놓치지 않고 포착 정리해서 작품으로 남길 수 있다는 것은 시인의 커다란 매력 중에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일회성의 유한한 삶을 싫든 좋든 인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그 극복의 한 방법으로 시인에게 있어 시는 좋은 위로자요, 친구인 셈입니다.

메스미디어가 판치는 세상의 한복판에 서서 삶의 그 고유한 향기가 시인에게 향긋하게 나타나기를 지금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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