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의 문제일까

우리나눔신문 승인 2021.08.17 11:10 | 최종 수정 2021.08.17 11:41 의견 0

 

신현석 협성대학교 교수.

우리나라는 2026년 ‘초고령화사회’에 진입한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험한 적이 없는 엄청난 속도다. 노인인구 증가는 우리 사회 각 분야에서 양적, 질적 변화를 촉발시키고 있다. 이미 경비와 청소, 식당, 택배 등 사회 기초분야에서 이들의 노동력은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이처럼 평균 수명이 늘고 젊은이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면서 노인들의 욕구는 늘어나지만 현실에서 이를 뒷받침해줄 ‘경제력’과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을’ 가장 큰 고민으로 꼽은 노인이 전체의 38%다. 생활력이 없는 노인의 부양문제는 결국 젊은 세대들의 몫으로 돌아온다. 노인부양에 들어가는 비용을 부담스러워하는 젊은 세대와 당연히 부양받아야 한다고 여기는 노인들 사이에 세대갈등이 조성될 가능성도 크다. 노인인구의 증가는 중장기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분야에 걸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자연의 섭리인 것처럼 흔하면 천대받는 물질사회의 특성상 노인의 사회적 위상은 이미 추락할 대로 추락하였습니다. 먼저 젊은이들의 노인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그렇습니다. 어느새 노인들의 사회적 고령화는 사회에 부담을 주는 잉여인간 취급을 받는 꼴이 되었습니다. 고령자들에게도 그들만의 자연적인 질서와 사회적인 역할이 있음에도 그들의 경륜을 늙고 볼품없는 나약한 육신으로만 치부합니다. 노인문제를 해결하기엔 너무나도 삭막한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노인문제는 이제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세대의 문제로 우리가 날선 시선을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 모두가 - 국가, 지방자치단체, 지역사회, 개인 - 등이 함께 해결해야 할 당연한 과제입니다. 저는 이러한 노인문제를 아주 심각하게 생각해 왔는데, 이렇게 노인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하게 된 계기는 어렸을 때 겪은 저의 다음과 같은 경험이 노인문제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 것입니다.

저는 그때 겨우 중학생이었습니다. 지금은 노인을 부담스러운 인구로 매도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간이 팽배하지만, 당시 사회는 노인문제에 대한 일체의 관념이 아직 생성되지도 않은 시기라고 보면 됩니다. 어찌됐든 학교를 파하고 친구들과 집으로 귀가하던 저는 한 노숙자 할아버지를 눈앞에서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할아버지에게선 술 냄새와 땀 냄새를 비롯한 아주 고약한 냄새가 났습니다. 할아버지는 제게 술을 사게 돈을 달라고 그러셨는데, 저는 대놓고 코를 틀어막기는 좀 미안한 마음이 들어 숨을 천천히 들이쉬며 돈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제 주머니에는 아주 조금이었지만 돈은 들어있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그 순간 할아버지의 표정은 울상이 되었습니다. 저는 뒤돌아서서 다시 길을 걷는데 이상하게도 마음이 먹먹했습니다. ‘저 할아버지는 어디서 잘까? 내가 돈을 주었다면...’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친구는 거지에게 적선을 하면 거지근성만 키워주는 것이라며 자신의 의견을 당당히도 내세웠는데, 저는 그 말은 맞는 말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한편으론 그 노숙자 할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깟 돈이 뭐라고. 혹시 할아버지는 술을 산다는 돈으로 아픈 손자의 약을 사려던 것은 아니었을까?’ 장년이 된 지금까지도 저는 이런 생각이 제 눈앞을 적십니다. 그리고 저는 그 이후로 다짐했습니다. 이제는 노인들에게도 베풀면서 살겠다고 말입니다. 이름도 모르는 할아버지에게 베푼다는 것은 사실 쉬운 일이 아닙니다만, 또 어려운 일도 아닙니다. 제가 노인문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관심을 갖는 것은, 중학생 시절에 베풀지 못한 이름 모를 노인에 대한 미안함이 하나의 큰 계기이자 전환점이 된 것 같습니다.

대체 노인문제는 누구의 문제일까요?

독거노인이나 수입원이 막힌 노인들에 대해 무감각해진 우리사회에 대해 이제는 윤리적 상실에 대한 경종을 울려야 합니다. 인간으로서의 기본적 도덕심을 다시 상기시키고, 나 또한 시간이 지나면 노인이 된다는 사실을 되새겨보아야 합니다. 노인문제만은 우리가 베푸는 자라는 오만한 태도를 취해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노인에게 베푸는 것을 어떤 선행이라고 말하기보다는, 사회적 모럴의 틀을 유지시키는 응당 당연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노인문제에 대해 가장 우선시되어야 할 것은 노인에 대한 우리의 인식에 변화를 주고, 제도적으로도 그들의 활동분야를 넓혀주는 방책을 제시해야 합니다. 사회의 모든 문제가 실태조사와 연구로만 끝이 나는 일이 없도록, 대안을 제시하여 조속히 실행되어질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합니다. 노인문제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고 책임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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