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간의 공감형 대화

우리나눔신문 승인 2021.05.27 13:21 | 최종 수정 2021.05.27 15:27 의견 0

 

최운선 우리나눔신문 칼럼리스트

쥐가 새끼를 10마리 낳았다. 엄마 쥐가 젖을 먹이니까 새끼 쥐는 먹고 자는 일만 반복한다. 사람도 쥐와 마찬가지로 아기 때는 먹고 자는 일만 반복한다. 그런데 사람의 키는 잠을 잘 때 큰다. 아이가 키가 크려면 잠을 많이 자야 한다. 따라서 키가 큰 사람들의 공통점은 잠이 많다고 한다. 잠이 없는 아이들은 키가 잘 안 큰다. 그 까닭은 세포는 잠잘 때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동물학자가 엄마 쥐를 살펴보았더니 새끼들이 잘 때 엄마 쥐가 자꾸 새끼를 핥아주는 것이 보였다. ‘무엇 때문에 저렇게 새끼를 핥아주나?’ 궁금해서 새끼 쥐를 5마리씩 나누어 한쪽 쥐 다섯 마리는 젖을 먹이고 핥아주게 놔두고, 다른 쪽 쥐 다섯 마리는 젖만 먹이고 못 핥게 떼어놔 버렸다. 그 대신 젖은 똑같이 먹게 하였다. 그런데 핥아 준 쥐는 확연히 달랐다. 더욱 놀라운 일은 핥아주는 쥐가 더 잘 크고 저항력도 강해진 것이다. 안 핥아준 놈들은 비실비실 약하고 크지도 않았다. 그리고 그 열 마리 쥐를 미로에 집어넣어 놨더니 핥아준 쥐 다섯 마리는 가다 막히면 자신들이 스스로 먹이 있는 데 까지 찾아가서 먹었다. 그러나 안 핥아준 쥐 다섯 마리는 가다 막히니까 어떻게 할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그 후에 열 마리 쥐의 뇌를 해부해 보았는데, 핥아준 쥐 다섯 마리는 뇌세포 신경이 잘 짜여 있었고 핥아주지 않은 쥐는 뇌세포가 엉성하게 되어 있었다. 핥아주지 않은 쥐는 창의력과 융통성이 자라지 못한 것이다. 이처럼 자녀와의 대화는 엄마 쥐가 새끼 쥐를 매일 핥아주는 것과 같다. 다 큰 아이를 엄마가 실제 핥아 줄 수는 없다. 그러나 대화를 통해 엄마는 아이들을 안아주고 핥아 줄 수는 있다.

가족은 혈연으로 뭉쳐져 있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낸다. 서로 다른 연령대로 이루어져 있고 생활범주도 서로 다르기에 가족구성원 간에는 대화를 위한 공통화제가 필요하다. 부부가 결혼 전 연애를 시작하고 사랑을 할 땐 두 사람의 일거수일투족이 공통화제였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흘러 아버지는 회사 일로 너무 피곤하여 시시콜콜 이야기할 수도 없고, 어머니와 자식은 무얼 물어봐야 할지도 알지 못하는 상태로 변해가기 쉬운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았던 가족은 대화를 진행하기조차 어렵다. 부모, 자식 모두 각자가 하루 종일 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머니는 집에서 사소한 것 까지 챙기고, 아버지는 밖의 일로 가정 내 일에 무관심해질 때, 아이들은 부모에게 벽을 느끼기 마련이다.

그래서 대화와 소통을 위한 언어디자인의 기술이 필요하다. ‘언어디자인의 기술이란 무엇일까?’ ‘수용 언어와 표현언어’를 능수능란하게 다룰 수 있는 능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제 엄마의 역할은 다양하게 변화되어야 한다. 그중에서도 변화되어야 할 엄마의 역할 중 하나는 언어디자인의 기술이다. 엄마는 가정을 대화로 소통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가정에서 이루어지는 대화의 형태는 대게 지시형 대화, 단순문답형 대화, 잔소리 형 대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진정한 소통의 대화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화 형태는 어떠한 것일까? 바로 언어디자인을 통한 공감형 대화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랑스러운 이해, 편안함과 부드러움, 따뜻한 눈빛 등의 분위기가 있는 대화이다. 이처럼 공감형 대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그 방법 중 하나가 독서를 통한 대화이다. 독서를 통한 대화는 하나의 이야기에 공감이든, 반감이든 감정의 움직임을 경험하게 하므로 동일한 작품을 읽었다는 것만으로도 소통했다고 할 수 있다.

부모가 사랑한다는 말을 직접 하지 않고, 가슴속에만 ‘사랑해!’ 라는 말을 숨기고 아이에게 ‘공부해라, 이건 안 된다, 저것도 안 된다’라고 한다면 부모의 속마음은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 수단적 방법인 언어를 적절하게 사용하고 이를 통해 진정한 소통, 대화가 가족 간에 이루어져야 한다.

세련된 언어디자인의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은 어떤 상황에서든지 누구와 시간을 보내든지, 융통성 있고 윤활유를 뿌린 듯 공감형 대화를 잘하고, 소통을 잘할 수 있다. 이제 언어디자인 기술을 익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 방법은 책을 통한 대화 속에 체화되고 책 속에서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전, 과학, 사회, 경제, 수리, 예술, 유머 등 공감형 대화와 소통을 위한 언어디자인의 기술은 독서가 첩경이다. 가족을 위한 사랑의 실천 방법인 것이다.

 

필자소개

최운선

[약력]
경인교육대학교 졸업
연세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학 석사
단국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 문학박사
경기대, 경인교대 강사역임
장안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 학과장 역임(정년 퇴임)
한국독서논술교육평가연구회 대표이사

[저서]
ONE DAY 글쓰기 21의 법칙
대학생을 위한 글쓰기
논술 이렇게 써야 한다
생각과 표현
논술의 이론과 실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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